BIC 이전의 파리 수도원

BIC 이전의 파리 수도원 — BIC 사가,  08

BIC 사가 · 한국어판  ·  제07편

BIC 이전의 파리 수도원


트럭이 목적지에 닿을 만큼의 시간이 흐르자, Eugenio는 나에게 내리라고 권했다.

그는 사흘 뒤 바로 이 자리에서 다시 나를 만나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함께하겠다고 확인해 주었다.

나는 휴대전화를 꺼내 그날 밤을 보낼 곳의 위치를 검색했다. 거리는 3.6킬로미터였다.

그래서 나는 걷기 시작했다. 나를 그곳까지 데려온 사실들과 사건들, 그 기묘한 상황의 연속을 곱씹으며, 공용 숙소에 닿기를 기다리는 동안 이따금 새어 나오는 미소를 감추지 못한 채.

마침내 도착했을 때, 건물은 낯설어 보였다. 교회와 방앗간과 농업 창고를 뒤섞어 놓은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프랑스에 있었다. 이탈리아 사람에게 기이해 보이는 것이 그곳에서는 아주 자연스러운 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고 있었다.

나는 인터폰을 눌렀다. 버저 소리 대신 종소리가 들렸다. 성당에서 영성체를 거행할 때 쓰는 바로 그런 종이었다.

키 작은 남자가 나타났다. 대머리. 검은 수염. 수도복 차림.

나는 예약을 했고 이미 온라인으로 결제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내 신분증을 받아 정보를 확인하고, 3번 사물함 열쇠를 건네고, Wi-Fi 비밀번호가 적힌 쪽지를 준 다음, 나를 공용 방으로 안내했다.

걸어가는 동안 그는 무엇이 나를 파리로 이끌었는지 물었다. 나는 대답했다. “여자들이요.”

그 말을 하는 순간, 나는 무언가가 내 이해를 빠져나가고 있다는 느낌을 곧바로 받았다. 하지만 그게 무엇이었을까?

그는 계속 내 앞에서 걸었다. 잠시 후 그는 커다란 문을 열고 나에게 들어오라고 권했다.

나는 2층 침대 예순 개와 화장실 단 두 개가 있는 창고 같은 곳으로 들어섰다. 오른쪽은 여자. 왼쪽은 남자.

1984년 이탈리아에서 군 복무를 할 때조차 이와 조금이라도 비슷한 것을 겪어 본 적이 없었다. 내가 본 가장 큰 막사도 스무 명이 쓰는 곳이었다.

그런데 여기서는, 이천 년 전의 나의 동료가 또 하나의 메시지를 보내기로 작정한 것 같았다. “Frega, 너는 아직 아무것도 못 봤다.”

나는 모든 나라, 모든 전통에서 온 사람들이 모인 장터 한복판에 있었다. 공용 방이 아니었다. 호스텔도 아니었다. 완전히 다른 무언가였다.

이탈리아였다면 이런 곳은 여론의 분노를 일으키고, 사법 수사를 불러들이고, 뉴스를 도배했을 것이다. 여기서는? 지극히 정상이다. 프랑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그런데도 이 시설은 가톨릭의 성격을 띠고 있었고, 나는 어떻게 이런 것이 존재할 수 있는지 이해하고 싶었다.

결국 나는 그곳이 한 가톨릭 수도회가 이끄는 종교 단체의 소유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수도회의 추기경은 기존의 틀에 자신을 맞추기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한때 바티칸에서 파문당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는 자기만의 체계를 만들었다.

휴대전화를 Wi-Fi에 연결하자 Chanel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그녀는 잘 도착했는지, 어느 호텔에 묵는지 묻고, 주소를 알려 주면 다음 날 아침 약속을 위해 직접 데리러 오겠다고 했다.

나는 조금 전에 막 도착했다고 답했다. 여행은 아주 순조로웠다고. 그리고 호텔은 친절하게도 차와 기사를 내주었으니 다음 날 아침 교통편은 이미 있다고. 그래도 제안해 줘서 고맙다고 했다.

그날 저녁, 공용 홀 안에서 뜻밖의 일이 일어났다. 인도계 사람들 한 무리와 브라질에서 온 또 다른 무리가 같은 시간에 같은 음악을 듣고 있었다.

들으면 들을수록 귀에 익었다. 그러다 이유를 깨달았다. 그들은 gillettenarrative.com에 들어가 있었다.

이천 년 전의 나의 동료가 나에게 보여 주고 싶었던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나를 행복하게 했다.

다음 날 아침, 3킬로미터를 걸은 뒤 나는 샹젤리제 쪽으로 가는 지하철을 탔고, 예정보다 한참 일찍 도착했다.

나는 입구 밖에서 멈춰 섰다. 잠시, 내가 옳은 일을 하고 있는지 자문했다.

대답은 그렇다였다. 나는 누구에게도 돈을 달라고 하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나는 세상에 귀 기울일 자유가 있었으니까.


Ferdinan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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