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의 사가 · 한국어판 · N. 08
나는 남았다
우리 시대가 별로 사랑하지 않는 말이 하나 있다. 영속. 낡은 말처럼 들린다. 유행이 지난. 거의 수상쩍은. 우리는 움직임과 속도와 끝없는 변화를 찬양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모든 것이 빠르게 변모해야 한다. 모든 것이 교체되어야 한다. 모든 것이 진화해야 한다. 그런데 내 삶을 돌아보면, 가장 깊은 자국을 남긴 사람들은 가장 빨리 달린 사람들이 아니었다. 남은 사람들이었다. 같은 장소에 남은 것이 아니다. 같은 자리에 남은 것이 아니다. 같은 습관에 남은 것이 아니다. 무언가에 충실하게 남은 것이다. 하나의 원칙에. 하나의 책임에. 하나의 약속에. 한 사람에게. 자기 자신의 진실한 부분에. 오랫동안 나는 성공을 움직임과 혼동했다. 더 많이 여행하고, 더 많이 일하고, 더 많은 경험을 쌓을수록 나아가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부분적으로는 사실이었다. 그러나 진실의 한 부분일 뿐이었다. 다른 부분은 훨씬 나중에야 발견했다. 나아간다는 것이 반드시 멀어진다는 뜻은 아니다. 때로는 남는다는 뜻이다. 가장 쉬운 선택이 떠나는 것이었을 순간들을 많이 기억한다. 대안이 없어서가 아니다. 반대다. 대안은 많았다. 새로운 기회들. 새로운 방향들. 새로운 시작들. 세상은 언제나 새로운 출발을 내놓는다. 연속성을 내놓는 일은 훨씬 드물다. 연속성은 세워야 하는 것이다.
하루하루. 박수 없이. 직함 없이. 관객 없이. 삶의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거의 아무도 보지 못하는 부분에서. 시간이 지나며 나는 모든 사람이 서로 다른 계절을 지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정복의 계절이 있다. 발견의 계절. 성장의 계절. 그리고 버팀의 계절이 온다. 질문이 이런 것이 아닌 계절. “얼마나 멀리 갈 수 있는가?” 대신 이런 것. “얼마나 존재로 머무를 수 있는가?” 어려운 계절이다. 곧바로 눈에 보이는 결과를 낳지 않기 때문이다. 영웅적인 사진을 허락하지 않는다. 화려한 이야기를 만들어내지 않는다. 그러나 성격을 빚는다. 승리보다 훨씬 더. 비범한 경력을 세우고도 관계 하나를 세우지 못한 사람들을 알았다. 거대한 조직을 이끌 수 있으면서도 어려운 대화 하나를 마주하지 못하는 사람들. 세상을 정복하고 자기 자신을 잃은 사람들. 그들을 지켜보며 나는 무언가를 배웠다. 남는다는 것은 지리의 문제가 아니다. 도덕의 문제다. 나라를 열 번 바꾸고도 중요한 것에 충실하게 남을 수 있다. 평생 같은 거리에서 살면서 지닌 원칙을 모조리 배반할 수 있다. 차이는 지나온 거리에 있지 않다. 충실함에 있다. 충실함은 자주 오해받는 말이다. 많은 이들이 그것을 부동과 연결한다. 나는 일관성과 연결한다. 충실함은 변화를 막지 않는다. 너를 잃는 것을 막는다.
그리고 이 구별이 근본적이다. 여러 해에 걸쳐 나는 많은 변모를 지나왔다. 직업의. 개인의. 내면의. 어떤 선택은 자발적이었다. 다른 선택은 삶이 내게 강요했다. 모두가 즐겁지는 않았다. 모두가 옳지는 않았다. 그러나 한 가지를 지키려 애썼다. 내가 말한 것과 내가 행한 것 사이의 연속성. 언제나 해내지는 못했다. 아무도 언제나 해내지는 못한다. 그러나 나는 애썼다. 그리고 삶은 흔히 바로 이것을 잰다. 시도. 완벽이 아니라. 가장 널리 퍼진 환상 가운데 하나는 힘이 예외적인 순간에 드러난다는 것이다. 나는 그 반대를 발견했다. 힘은 반복 속에서 드러난다. 아침마다 일어나는 데서. 해야 할 일을 하는 데서. 아무도 알아차리지 않을 때 계속 존재로 머무르는 데서. 지킬 가치가 있는 것을 저버리지 않는 데서. 그것은 조용한 영웅주의다. 거의 보이지 않는. 그리고 어쩌면 바로 그래서 진실하다. 나는 내 존재를 지나간 유대들을 자주 생각한다. 가족. 친구들. 협력자들. 사랑한 사람들. 그 유대들 가운데 많은 것이 살아남은 것은 누군가 남았기 때문이다. 완벽하지 않게. 무적이 아니게. 그저 존재로. 어려움이 닥치면, 누가 남을 마음이 있는지 금세 알게 된다. 모든 것이 잘될 때 우리는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다. 모든 것이 어려워지면 무리는 흩어진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에 진실한 존재들이 드러난다. 그들은 적다. 그러나 충분하다. 한 삶의 질은 만나는 사람의 수에 달린 경우가 드물다. 길이 험해질 때 남는 사람의 수에 달려 있다. 해가 지나면서 나는 영속을 용기의 한 형태로 여기기 시작했다. 도피보다 훨씬 어려운. 처음의 열광보다 훨씬 어려운. 약속보다 훨씬 어려운. 약속은 한순간에 입 밖에 나오기 때문이다. 영속은 여러 해를 요구한다. 포기를 요구한다. 인내를 요구한다. 성격을 요구한다. 많은 이들이 시작한다. 계속하는 이는 적다. 남는 이는 더 적다. 뒤를 돌아보면, 내 모든 결정이 자랑스럽지는 않다. 아무도 그래서는 안 된다. 그러나 내가 인정하는 것이 하나 있다. 정말로 중요했던 상황에서, 나는 그 자리에 있으려 애썼다. 내 가족을 위해. 내가 사랑한 사람들을 위해. 내가 받아들였던 책임을 위해. 내가 준 약속을 위해. 언제나 완벽한 방식은 아니었다. 그러나 가능한 한 가장 진실한 방식으로. 결국, 어쩌면 삶은 우리가 얼마나 많은 곳을 지나왔는지 묻지 않을 것이다. 얼마나 많은 직함을 쌓았는지. 얼마나 많은 성공을 모았는지. 어쩌면 훨씬 더 단순한 질문 하나를 던질 것이다. “남아야 할 순간에, 너는 어디에 있었는가?” 내 대답은 완벽하지 않다. 그러나 정직하다. 나는 남았다.
Ferdinando Frega
Gillette Ma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