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LLETTE의 환자들

Gillette의 환자들 — GILLETTE, 환자 사가,  02

GILLETTE, 환자 사가 · 한국어판  ·  제02편

GILLETTE의 환자들


(기다리는 이들의 눈으로 본)

“클리닉은 환자를 치료한다. 돌봄의 공동체는 사람을 지탱한다.”

I. 환자들

환자가 처음 재활 시설에 들어설 때, 그 순간을 선택한 사람이 그 자신인 경우는 드물다. 그는 흔히 누군가와 함께 도착한다. 모든 결정 가운데 가장 어려운 결정을 내린 누군가: 아직 길이 남아 있다고 계속 믿겠다는 결정.

그의 곁에서 사는 사람은 마음속에 언제나 같은 질문을 품고 있다. 이 시련은 언제 끝날까? 그리고 바로 뒤이어 또 하나의 질문이 온다, 고집스럽고 소리 없이:

왜 그 사람인가? 왜 우리인가?

그러나 이런 곳에서 환자는 진단을 받은 사람만이 아니다. 진단은 의학의 것, 분류의 것, 프로토콜의 것이다.

현실은 다르다.

환자는 기다리는 사람, 동행하는 사람, 버텨 주는 사람이기도 하다. 환자는 어떤 진료 기록에도 결코 적히지 않을 두려움과 희생과 희망과 지침을 함께 나누며, 날마다 고통 곁에서 사는 사람들이다.

재활 시설에 들어서면 다른 사람들, 다른 이야기들, 다른 유예된 운명들을 만난다. 그리고 치료받는 사람은 흔히 자기 자신의 하루하루의 싸움에 빠져 있는 반면, 동행하는 사람은 관찰하고, 비교하고, 생각한다.

그는 더 힘든 사례들, 더 심각한 상태들, 더 긴 여정들을 본다.

그리고 거의 죄책감에 가까운 마음으로 생각한다:

“이것저것 따져 보면, 더 나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도착하는 사람마다 저마다 다른 이야기를 가져오고, 마음 깊은 곳에 같은 질문을 간직한다. 불확실함에 비치고 불확실함이 빚어낸 질문:

내일은 무엇이 가능할까?

기다리고 머무는 순간들 속에서 대화는 성격을 바꾼다. 사람들은 병에 관해서는 점점 덜, 삶에 관해서는 점점 더 많이 이야기한다.

그들은 예전에 자신이 누구였는지 이야기한다.

모든 것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떠올린다.

다른 이들에게는 하찮아 보일지 몰라도 누군가에게는 엄청난 이정표인 작은 승리들을 나눈다.

그들은 보이지 않는 진전에 관해, 끈기와 나란히 사는 실망들에 관해, 기다림 속에서 계속 살아 있는 희망에 관해 이야기한다.

무엇보다, 곁에 머무는 사람들에 관해 이야기한다.

날마다 손을 내미는 일을 멈추지 않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희생을 치르는지에 관해.

그리고 흔히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생각 하나가 떠오른다:

“나는 내가 이렇게 된 것을 받아들인다. 나를 짓누르는 것은 그게 아니다. 나를 짓누르는 것은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지우고 있는 무게다.”

그것은 매일의 용기다.

소리 없는 용기.

포기할 여유가 없는 곳, 한 걸음 한 걸음이 의지를 요구하는 곳, 우리를 사랑하는 이들을 지키기 위해 슬픔마저 숨기는 곳.

우리 곁에 선 사람들은 우리가 전에는 몰랐을지도 모르는 주의를 기울여 우리를 지켜보기 때문이다.

모든 움직임이 눈에 띈다.

모든 호전이 축하받는다.

모든 후퇴가 함께 나뉜다.

우리가 환자다.

돌아갈 길을 찾고 있는 사람들.

누군가에게 한 걸음은 평범한 일이다.

다른 누군가에게는 승리다.

그런데도 희망은 그 자리에 고집스럽게 계속 서 있다, 모든 것이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것처럼 보일 때조차.

다른 이들의 이야기를 지켜보면 우리가 아직 가진 것의 가치를 알아보는 법을 배우게 된다.

그리고 고통을 진정으로 지나온 사람은 평범함 속에 사는 사람들이 흔히 놓치는 진실 하나를 이해한다:

삶을 지탱하는 것은 거창한 것들이 아니다.

때로는 조금이면 충분하다.

때로는 거의 아무것도 아닌 것이면 충분하다.

그리고 그 거의 아무것도 아닌 것이 전부가 될 수 있다.

II. 에필로그

환자는 한 사람이다.

고통의 공동체는 훨씬 그 이상이다.

누구도 진정으로 말할 수 없다: 나에게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병은 소득을 모르고, 명성을 재지 않으며, 사회적 구별을 두지 않는다. 그것은 허락을 구하지 않고 찾아와, 자신이 만난 사람의 삶과 그 곁에서 사는 사람들의 삶을 바꾼다.

그러니 우리는 하루하루를 더 큰 감사로 바라보는 법을 배워야 한다.

삶의 가치를 가장 깊이 이해하는 것은 흔히 환자들 자신이다. 그들은 삶의 연약함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단순한 몸짓 하나, 내민 손 하나, 다른 이들에게는 하찮아 보이는 작은 호전 하나가 얼마나 소중할 수 있는지 안다.

그리고 아마 그래서 누구도 판단할 자격이 있다고 느껴서는 안 되는 것이리라.

우리는 눈앞의 사람이 어떤 싸움을 하고 있는지 결코 알지 못한다.

닫힌 문 뒤에, 침묵 뒤에, 한 번도 말해지지 않는 지침 뒤에 무엇이 숨어 있는지 결코 알지 못한다.

고통은 가르쳐 준다. 삶은 우리가 가진 것만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많은 것을 빼앗겼을 때 우리가 끝내 지켜 내는 것으로도 이루어진다고.

그리고 바로 그때 우리는 단순한 진실 하나를 발견한다.

누군가에게 한 걸음은 평범한 일이다.

다른 누군가에게는 승리다.

그리고 모든 승리는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III. 작가의 페이지

이 작품은 의뢰받아 쓴 것이 아니다.

팔리지도 않았다.

상업적 목적으로 만들어지지도 않았다.

이 작품은 재활의 가치, 인간의 존엄,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증언하기 위해 쓰였다.

유일하게 청하는 대가는 상징적인 1달러다 — 작품에 대한 값이 아니라, 돌봄과 희망과 책임의 문화를 향한 공동의 헌신을 증언하는 표시로서.


Ferdinan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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